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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가을 남자는 항상 고독했다. 이맘때면 특히 더 외로움에 빠지곤 했다. 가로수에 무성했던 싱싱한 이파리가 붉게 물들어 가면 초조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새파란 하늘이 불어주는 바람 한 점에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더없이 허전해지고 말았다. 옆에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그는 언제나 마음이 시렸다. 연인을 품에 안을 때면 잠깐 뜨거운 열기를 느끼기도 했지만, 그 열기는 펄떡거리는 심장이 잠잠해지면 땀과 같이 허무하게 식어버리곤 했다. 고독은 그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했고, 생을 살아가는 동안 그와 한 몸이 되었다. 그는 이 느낌이 익숙하고, 이제는 놓아줄 수 없을 만큼 간절하게 원하기도 했다. 아직 빨래통에 있는 반소매 윗도리가 무색해질 만큼 급격히 추워진 바깥 공기에 뺨이 제법 차가..
[이야기] 제주도 곤충기 2. 반딧불이 사계절 내내 곤충을 찾아다니고, 사슴벌레도 사육하며 지내다 보니 지난여름 제주도 여행길에 올라 만난 운명 또한 반딧불이었다. 미리 계획하지도 않았는데 청수리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는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과 내가 제주도에 머문 시기가 겹쳤다. 반딧불이가 짝짓기 하는 시기에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보통 이런 인기 체험은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아직 예약 가능 자리가 남아있었다. 이 기회를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부모님은 나와 함께 가지 않겠다고 하셨다. 어린 시절 반딧불이를 많이 봤다고 하면서, 우리끼리 다녀오라고 했다. 반딧불이 축제는 계획에 없던 일정이라 가려면 동선이 꼬여서 저녁 식사도 걸러야 했다. 그런데 반딧불이를 보러 가려면 렌터..
[이야기] 제주도 곤충기 1. 두점박이 사슴벌레와 애기뿔소똥구리 ‘여기 오면 이건 꼭 봐야지!’라며 명소를 찾고 인생샷을 찍으면서 여행의 보람을 느끼곤 한다. 제주도에서는 예쁜 해변과 바다, 오름을 오르며 보는 경이로운 자연 속에서 여행의 맛을 찾곤 한다. 나도 제주도에 가면 꼭 봐야하는 자연물이 있었다. 두점박이 사슴벌레와 애기뿔소똥구리.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서식하는 보호종이기 때문이다. 두점박이는 일반 사슴벌레와 다르게 밝은 갈색이며, 등에 두 개의 점이 있다. 따뜻한 동남아에 서식하는 풍뎅이처럼 색이 독특하고 아름다워서 자칫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사랑받아 멸종되지 않도록 보호종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애기뿔소똥구리는 자연 방목하는 가축의 똥을 먹고 사는데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어 개체수가 많이 줄고 있다고 한다. 일반 소똥구리보다 크기가 작아 어른의 엄지손톱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