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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때죽나무가 사는 법 나는 기억한다. 잊으라는 말, 그럼에도 아직 남아 있는 마음을 기억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반항심을 타고난 건지. 잊어야 하나, 생각이 드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잊지 않으려 애를 쓴다. 상처로 남은 기억은 잊어도 될 텐데, 떨쳐버리지 못해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어떤 기억은 흔적을 크게 남겨서 보기 싫은 흉터로 남기도 한다. 기억하지 않으면 못난 흉터 없는 고운 사람으로 살 수 있을까. 수목원 산책길에서 여러 나무를 만난다. 만약 내가 마당 있는 집에 산다면 어떤 나무를 심을지 생각하며 걷곤 한다. 향기 좋은 꽃을 피우는 나무도 좋지만, 반질거리는 나뭇잎과 수피가 매끈한 나무가 좋다. 병충해가 없고 건강한 나무라는 뜻이니까. 나무껍질이 밝고 깨끗한 단풍나무를 심으면 가을에 붉게 물들어 가는 나뭇..
[이야기] 불혹을 맞이하며 내 나이는 언제나 20살에 멈춰있는 기분이다. 30대 중반이 되면서 나이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게 되었다.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몇 년생이라고 대답하고선 그제야 손가락으로 서른 몇 살인지 세어본다. 대충 이렇게 나이를 먹었구나, 생각하며 살았다. 새해가 되면 부모님도 별 감흥 없이 내 나이를 받아들이곤 했다. “네가 올해 몇이더라?” “이제 마흔이지.” “아이고, 내 딸이 벌써 마흔이라니!” 올해부터는 앞자리가 바뀌고는, 새삼 달라진 반응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어도 변함없이 애 취급을 하더니, 이제는 내가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걸 부모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되었다. 나 스스로 어리지 않다는 걸 인정한 건 어..
[이야기] 알듯, 말듯 동네 사거리에 커다란 현수막이 선거가 다가온다고 알려준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 조용했던 동네에도 확성기 소리가 퍼진다. 저 멀리에 들려오는 마이크 울림은 트럭이 다가오며 또렷한 말소리로 변한다. 찰나의 순간에 트럭에 올라탄 사람과 시선이 교차하고 곧이어 다시 멀어진다. 작은 동네에서는 차를 세우지 않고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데도 제법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대부분은 조용히 바라볼 뿐이지만, 간혹 강렬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저런 정신 나간 놈. 쯧쯧.”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마이크를 잡은 사람을 두고 내뱉는 혼잣말이었지만 곁에 있던 내 귀에 쏙 들어왔다. 등산복 차림에, 한 손에는 장바구니 가득 채소를 들고 가는 평범한 동네 아줌마가 저렇게 또렷한 의사 표현을 하다니. 평범하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