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8)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행] 두다다다다다 알프스 나는 겁이 많으면서, 동시에 모험심이 강하다. 그리고 산을 좋아한다. 이 성격과 취향이 합쳐져 가장 강렬한 추억을 남기고 온 여행이 있다. 친구와 함께 스위스 여행길에 올라 절반은 체르마트(Zermatt)처럼 유명한 관광지에서 시간을 보냈다. 출근해야 하는 친구를 먼저 한국으로 보낸 뒤, 남은 시간은 산속에서 지내기로 했다. 스위스는 안전하고 깨끗하기도 하지만, 1일 1산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등산 장비가 없어도 케이블카나 산악열차가 잘 되어있어서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산에 오를 수 있다. 신발을 단화 두 켤레만 챙겨가서 처음에는 편하게 산을 즐겼다. 그러다 기분에 취해 진짜 등산까지 했더니, 단화 한 켤레가 망가지는 바람에 버리고 오기도 했다. 내가 방문한 리더알프(Riederalp)는 알프스 산맥.. [소설] 겨울 작은방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여자가 있다. 먼저 방문 옆에 커다란 파란색 이삿짐 상자를 펼쳐두었다. 장롱문을 열고 안에 있는 몇 벌 남지 않은 옷가지를 꺼내어 침대 위로 가져갔다. 한 벌씩 가지런히 개켜 모은 후, 옷가지를 모아 커다란 투명색 비닐로 꼼꼼히 싸매어 상자 안으로 넣는다. 이제 여자는 책상 앞에 섰다. 책장에 꽂혀 있는 전공 서적과 어릴 때부터 모아두었던 상장이 들어있는 바인더, 사진 앨범을 꺼내어 상자로 옮겼다. 책상 서랍을 열어 갖가지 필기구와 잡동사니를 철제 과자 상자에 옮겨 담아 파란 상자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신발장을 열어 구두와 운동화 두어 켤레를 꺼냈다. 신발마다 준비한 부직포 가방에 넣고 끈을 조였다. 신발 가방도 차곡차곡 파란 상자에 가지런히 넣었다. 이렇게 짐을 다 쌌는데.. [소설] 가을 남자는 항상 고독했다. 이맘때면 특히 더 외로움에 빠지곤 했다. 가로수에 무성했던 싱싱한 이파리가 붉게 물들어 가면 초조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새파란 하늘이 불어주는 바람 한 점에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더없이 허전해지고 말았다. 옆에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그는 언제나 마음이 시렸다. 연인을 품에 안을 때면 잠깐 뜨거운 열기를 느끼기도 했지만, 그 열기는 펄떡거리는 심장이 잠잠해지면 땀과 같이 허무하게 식어버리곤 했다. 고독은 그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했고, 생을 살아가는 동안 그와 한 몸이 되었다. 그는 이 느낌이 익숙하고, 이제는 놓아줄 수 없을 만큼 간절하게 원하기도 했다. 아직 빨래통에 있는 반소매 윗도리가 무색해질 만큼 급격히 추워진 바깥 공기에 뺨이 제법 차가.. 이전 1 2 3 4 5 6 7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