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8)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야기] 나의 사슴벌레 사슴벌레에게 참나무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자,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보금자리이며, 먹이를 주는 양분이다. 참나무가 쓰러져 땅에 묻히고 눈 이불을 덮고 시간을 보내면 사슴벌레는 나무 안으로 들어가 알을 낳는다.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나 톱밥을 먹으며 자라고, 다 자라면 번데기가 되었다가 나무 밖으로 나온다. 다 큰 성충 사슴벌레가 되어서도 여전히 참나무즙을 가장 좋아해 곁에 머문다. 아이와 함께 넓적 사슴벌레를 키우면서 참나무와 톱밥을 많이 만지며 놀았다. 촉촉하게 물을 뿌려주어야 사슴벌레가 좋아한다. 물을 머금은 나무는 포근하면서 잔잔한 자연 냄새가 난다. 적당한 습도와 온도 그리고 시간이 만나면 참나무에는 버섯이 핀다. 버섯이 핀 참나무는 암컷 사슴벌레가 알을 낳기에 가장 좋은 나무다. 아이의 손으로.. [이야기] 나는 왜 엄마가 되고 싶었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인생 N 회차’ 등 회귀물이 인기다. 지금의 기억과 경험을 그대로 안고 과거의 나로 돌아간다면 더 현명하게, 최선의 선택만 하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거라는 상상. 그것이 주는 통쾌함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좋아하나 보다. 하지만 나는, 시간을 정말로 돌릴 기회가 생긴다면 거절하고 싶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 내가 다시 ‘엄마’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기 전의 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를 좋아했다. 같이 뛰어놀면 금세 깔깔거리고 웃는 얼굴이 좋았다. 중·고생이 되어서도 교복 입고 놀이터에 나가 동네 애들과 얼음 땡 하고 놀아서 철없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어느 나라든 상관 없이 모든 아이에게 관심.. [책] 임계장 이야기 임계장: 임시 계약직 노인장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우리 외할머니가 얼마 전까지 임계장이었던 거네. 요즘은 노인장들도 일해야 살아갈 수 있기에 많은 분이 일자리를 찾는데 정규직은 1%도 못 구할 것이다. 모두 임시 계약직이겠지. 외할머니가 일을 나가 고용주와 함께 식사할 때에는 항상 눈치를 보며 양껏 드시지 못했다. 자식들은 그런 엄마가 어리석어 보였는지 왜 눈치를 보느냐며 타박했다. 나도 외할머니가 일을 그렇게 잘하시면서 당당하게 밥 먹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었는데, 임계장은 매 순간 고용주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그랬던 거다. 임계장에게는 욕설보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라는 말 한마디가 무섭다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 관리자의 말 한마디에 15년 다닌 직장도 .. 이전 1 ···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