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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판타지아 그녀는 침대 밖으로 나른하게 늘어져 있던 오른팔을 들어 올려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찾았다. 애인의 몸에 깔려있던 반대쪽 팔을 힘주어 빼낸 뒤 바로 누웠던 몸을 뒤집어 침대에 엎드렸다. 그새 잠이 든 남자는 그녀의 팔이 몸에서 떨어지자 벽 쪽으로 그녀를 등지고 돌아누웠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살짝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다리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 이불을 끌어 몸을 감쌌다. 이불은 솜이 가볍게 누벼져 있어 따뜻하면서도 겉감은 감촉이 부드러운 60수 면 원단이라 맨살에 닿았을 때 포근하고 기분이 좋았다. 색은 파스텔 톤에, 잔잔한 꽃무늬로 되어있어 귀엽다. 이불을 감싸 안으면 어린 강아지를 안고 있는 듯해서 그녀는 이 이불을 좋아했다. 이불 밖으로 하얗고 날씬한 두 발을 내어놓고, 무릎을 굽혀 ..
[소설 쓰기] 소설을 쓰기 전 고민 코로나 시대의 흐름을 타고 언택트 프로젝트로 야한 소설 쓰기에 도전해보았다. '소설도 처음 쓰는데 야한 걸 쓰다니! 어떻게 쓰지?' 하면서도 정말 재밌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창작자에게 혼을 불어넣기 위해 리소스를 제공해주었다. 창작하기 전에 영감을 얻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추천해준 소설과 영화를 봤는데 충격을 받았다. 내 시선에서 '야하다'는 건 나에게 호기심과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고 즐거움을 주는 것인데. 그 작품들은 나를 너무나 불편하게 했다. 정리해보자면 이런 것들이었다. 여성을 남성의 욕구 충족을 위한 도구로 보는 시선 여성의 신체는 수치스러운 자세와 부위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나, 남자의 신체는 근육이 멋있다거나 성기가 크다는 등 ‘우월함’만 강조 작품이 성을 착취하는 도구..
[이야기] 외할머니의 인생 1부.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의 슬픔을 떠안다 외할머니에 대해서 써보고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3부로 나누어 쓰려고 한다. 1부.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의 슬픔을 떠안다 나이가 든다는 건 무얼까. 몸이 아프고, 힘이 없어지고, 기억력이 감퇴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런 부정적인 것들만 생각할 때가 있다. 엄마가 외할머니랑 대화하고 나서 나에게 투정 부리는 걸 듣고 있자면, 아흔을 바라보인 노인(老人)이란 존재가 이 세상에 살아갈 의미가 없는 것만 같다. 재개발 지역의 오래되고 낡은, 곧 사라질 주택처럼. 몇 년 전, 부모님과의 다툼 끝에 도피처로 외할머니의 집을 택했던 때가 있다. 외할머니와 단둘이 하루 넘게 있었던 적은 인생에서 몇 번 없었다. 외할머니는 나이가 들어서 ‘어르신을 부려 먹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습니다. 이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