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침대 밖으로 나른하게 늘어져 있던 오른팔을 들어 올려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찾았다. 애인의 몸에 깔려있던 반대쪽 팔을 힘주어 빼낸 뒤 바로 누웠던 몸을 뒤집어 침대에 엎드렸다. 그새 잠이 든 남자는 그녀의 팔이 몸에서 떨어지자 벽 쪽으로 그녀를 등지고 돌아누웠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살짝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다리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 이불을 끌어 몸을 감쌌다. 이불은 솜이 가볍게 누벼져 있어 따뜻하면서도 겉감은 감촉이 부드러운 60수 면 원단이라 맨살에 닿았을 때 포근하고 기분이 좋았다. 색은 파스텔 톤에, 잔잔한 꽃무늬로 되어있어 귀엽다. 이불을 감싸 안으면 어린 강아지를 안고 있는 듯해서 그녀는 이 이불을 좋아했다. 이불 밖으로 하얗고 날씬한 두 발을 내어놓고, 무릎을 굽혀 하늘을 향해 분홍빛 발바닥을 한 발씩 살랑살랑 흔들며 핸드폰의 메신저를 켰다.
의미 없이 대화가 쌓여가는 단톡방, 광고 메시지를 다 읽고 나서도 할 일 없이 화면을 넘겨보았다. 그때, 애인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그녀는 나직이 숨을 내쉬며 고민하는 표정으로 친구 목록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넘겨보았다. 누군가를 만나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럴만한 사람이 없다. 메신저에서는 이렇게 친구가 많은데 왜 만나서 마음 편히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걸까. 그냥 그 사람하고 이야기를 해볼까, 작게 중얼거리며 평소에 자주 사용하던 앱에서 팔로우한 J를 찾아 프로필을 눌렀다. 그녀는 J가 어제 올렸던 한 문장을 잊을 수 없었다.
내가 지금 막 섹스를 했는데, 진짜 좋다.
애인과 절정을 맛보는 그 순간에도 자꾸 이 문장이 떠올랐고, 이전과 다르게 부족함을 느꼈다. 그녀의 욕망이 이 정도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일까, 더 큰 쾌락을 원하는데 모르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이 생겼고, 그녀의 욕망에 더 깊게 들어가고 싶고 더 채우고 싶어졌다.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마음보다 욕망으로 인한 간절함이 J에 다이렉트 메시지를 날리는 손가락에 힘을 실어 주었다.
어린 시절 언젠가 추운 겨울 따뜻하게 해가 들어오는 집 한구석에서 바닥에 누워 햇살의 포근함을 맛보았던 그런 편안함을 느끼던 때가 있다. 따뜻한 바닥, 온몸을 덮어주는 햇살이 매섭게 추운 바깥 날씨와 대조되어 그런지 더 평온했던 것 같다.
지금 느낌은 그때와 비슷한데 좀 더 포근하고 부드럽다. 상상 속에서 하늘을 난다면 솜이불 같은 구름 사이로 나비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따뜻한 햇볕을 듬뿍 받고 몸이 동동 떠다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내 몸이 그렇게 하늘을 날아오른 기분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기분 좋게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찰나,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온몸의 신경을 집중하며 그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였는데 밝게 빛나는 하늘 한쪽에 펼쳐진 무지개 뒤에서 들려오는 것은 목소리였다. 집중하자 비로소 선명하게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네가 원하는 것에 도달했니?"
"제가 뭘 원하죠?"
"아득하고 짜릿하면서 너를 전율하게 하는 것"
"글쎄요,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경험했다고 하기엔 뭔가 아련하네요."
"그래, 그건 더 깊은 곳에 있어."
"뭐가 더 필요하죠?"
"너도 알 거야. 다른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너에게 집중해."
"내가 뭘 할 수 있는데요?"
"넌 상상을 할 수 있지. 판타지가 널 데려다줄거야."
"상상이요…."
그녀는 두 눈꺼풀을 힘겹게 떴지만,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몸이 허공에 뜬 느낌이었다.
‘J를 만났기 때문에 이런 꿈을 꾼 건가? 나를 끓어오르게 하는 것은 무얼까?’
그녀는 자면서 발로 찼던 이불을 더듬어 찾았다. 코 바로 아래까지 이불을 폭 덮고 뒤척이다 보니 옆에서 자고 있던 남자친구의 열기가 느껴졌다. 그의 몸을 찾아 두 팔로 그의 등 뒤에서 그를 힘껏 끌어안았다. 팬티 위로 손을 옮겨 스쳐보니 아침이라 자연스럽게 단단해진 음경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손길에 언제 잠이 깨었는지 남자친구도 따뜻하게 그녀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J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되새기며 그녀는 눈을 감고 그녀 자신 안으로 빠져들어 가 본다. 그의 입맞춤이 전과는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입을 맞추며 몸을 더욱 가까이 맞대고 서로의 살결을 느꼈다.
‘내 살이 이렇게나 부드러웠던가?’
남자의 두껍고 거친 피부에 닿는 자신의 피부는 여리면서 보드라웠다. 상대의 몸에 닿을수록 더 기분 좋은 보송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그의 손을 잡아 그녀의 가슴에 가져왔다. 그는 큰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빨라지는 심장 소리에 맞춰 쥐었다가 폈다 하며 주물러댔다. 다른 곳보다 더 여린 살결을 가진 그녀의 가슴이 그의 손안에서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내 가슴이 이렇게 탐스러웠던가?’
한 번도 자신의 가슴이 매혹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던 그녀는 작게 감탄하며 가슴을 좀 더 활짝 펴 보았다. 그녀의 봉긋한 가슴을 만지던 남자친구는 거칠어진 호흡에 큰 숨을 토해냈다. 열이 잔뜩 오른 그의 음경을 그녀의 허벅지에 비벼대는 바람에 몸 아래쪽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욕망이 끓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몸은 아름다운 곡선이 되어 춤을 추었다.
그녀는 누워서 남자를 올려다보며 허벅지로 있는 힘껏 그의 엉덩이를 끌어안아 잡아당겼다. 부풀어 오른 음경이 그녀의 음순에 닿자 살짝 몸을 튕기니 그의 몸이 더욱 뜨거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음경은 그녀의 음순 만큼 부드러웠고 거친 곳이 없어서 맞닿는 느낌이 더 좋았다. 그녀는 때로는 비상하는 새의 날갯짓 같기도, 때로는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고래 같기도 한 몸짓으로 춤을 추었다. 그녀의 몸부림이 여신의 살랑거리는 춤사위 같다는 듯, 그녀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과 입맞춤은 감격으로 넘쳤다.
이번에는 그녀가 남자의 위로 올라가 그의 골반 위에 앉았다. 그녀의 엉덩이를 살짝 들어 음경에 더 밀착해서 비벼보기도 했다. 그의 목덜미를 잡고 어깨에 그녀의 고개를 파묻어버리자 봉긋한 젖가슴이 그의 가슴에 맞닿았다. 숨이 더 뜨거워졌을 때 한 손으로는 그의 음경을 과감히 잡아당겨 소음순에 비벼보기도 한다. 커다란 엉덩이와 대조되어 더욱 잘록해 보이는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돌려가면서 그의 넓고 단단한 골반 위에 밀착하니 어느덧 그녀는 촉촉해졌다.
그녀의 보드랍고 탐스러운 엉덩이가 번쩍 들어 올려지고 어느새 그의 얼굴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자리했다. 몸이 떨리는 것도 잠시 그녀의 다리 사이로 뜨거워진 혓바닥이 파고든다. 뜨거운 혀는 돌아오지 않고 곧장 그녀의 음핵으로 돌진했다가 아주 살살 부드럽게 혀끝으로 쓰다듬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깊은 곳에서부터 숨이 터져 나왔다.
“아아! 좋아!”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게 부끄럽다고 여겼던 그녀는 이런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랐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나 야하게 들려서 한 번 더 놀랐다. 남자친구 또한 자신의 반응에 더 아낌없이 음핵을 핥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질 안에서 욕망이 휘몰아치는 걸 느꼈고, 무언가가 그녀의 안에 들어와 폭풍을 잠재워주길 바랐다. 그렇게 그의 음경을 질 안에 넣었고, 들어오자마자 그녀의 것과 그의 것은 함께 요동치며 격렬하게 맞섰다. 남자가 살짝 물러났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올 때 그녀는 온몸으로 파도를 맞는 것처럼 받았다. 그러면 그의 음경은 그녀의 안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며 머리끝까지 전율을 안겼다. 두 사람은 남자의 에너지가 다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전율을 나누었다.
“너는 정말 아름다워.”
이 순간 그녀가 그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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