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오면 이건 꼭 봐야지!’라며 명소를 찾고 인생샷을 찍으면서 여행의 보람을 느끼곤 한다. 제주도에서는 예쁜 해변과 바다, 오름을 오르며 보는 경이로운 자연 속에서 여행의 맛을 찾곤 한다. 나도 제주도에 가면 꼭 봐야하는 자연물이 있었다. 두점박이 사슴벌레와 애기뿔소똥구리.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서식하는 보호종이기 때문이다.
두점박이는 일반 사슴벌레와 다르게 밝은 갈색이며, 등에 두 개의 점이 있다. 따뜻한 동남아에 서식하는 풍뎅이처럼 색이 독특하고 아름다워서 자칫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사랑받아 멸종되지 않도록 보호종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애기뿔소똥구리는 자연 방목하는 가축의 똥을 먹고 사는데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어 개체수가 많이 줄고 있다고 한다. 일반 소똥구리보다 크기가 작아 어른의 엄지손톱만 하고 코뿔소처럼 뿔이 솟아있다. 아이와 자연 관찰 책을 읽고 곤충 유튜브를 보며 나도 멋진 곤충을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다.
집에 있을 때는 곤충 체험 학습장과 박물관을 찾아다녔다. 표본이 되어 전시실에 있는 곤충보다는 야생에서 살아 숨 쉬는 곤충을 만날 때 더 즐거웠다. 아이도 자연에 숨어있는 곤충을 발견할 때면 보물을 찾은 듯이 눈을 반짝였다. 공원에서 곤충을 찾는 체험은 의외로 겨울이 더 좋았다. 우리 아이의 성격 때문일지 몰라도 보물찾기하듯 곤충의 흔적을 찾으며 선생님이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참 흥미롭게 들었다. 따뜻한 날씨를 기다리며 겨울잠 자는 곤충을 찾거나, 지난해 여름 알을 낳아 꼭꼭 숨겨둔 알집을 찾아 다가올 새 여름에 깨어날 어린 애벌레를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나 보다.
이번 여름에는 달이 뜨지 않는 기간에 제주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달 없는 여름밤에는 등화 채집으로 다양한 제주도 곤충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깜깜한 숲속에 밝은 인공 전등을 켜 두면 그 빛이 달인 줄 알고 곤충이 너도나도 모여든다고 한다. 그중에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곤충이 나와서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 체험이었다. 마침 멀지 않은 곳에 곤충 체험을 하는 장소가 있었는데, 정말 우연히도 0.1초 컷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온라인 예약에 성공했다. 이건 운명이라는 생각에 저녁을 일찍 먹고 숲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숲길을 산책하며 곤충을 찾아보았다.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리기도 하고, 낮에 물놀이를 열심히 하고 온 터라 체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곤충 채집은 못 했다. 대신에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잡아주는 사슴벌레를 채집통에 담아 관찰할 수 있었다. 출발 장소에 등화가 있었는데, 산책하고 돌아오니 온갖 곤충이 다 모여들고 있었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전날의 체험보다 더 크고 많은 개체가 왔다고 한다. 그중에는 두점박이 사슴벌레 수컷 두 마리와 암컷 한 마리, 애기뿔소똥구리 수컷 한 마리도 있었다.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사육과 채집이 불가능한 종이라 이렇게 만나지 않으면 살아있는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 아이와 나는 이리저리 관찰하고 사진 찍으며 신이 났다.
아이들 모두 커다란 채집통에 자기가 좋아하는 곤충을 담아 관찰하고, 사육을 위한 도구를 구비해서 집으로 가져갔다. 아이들은 어떤 선물보다도 값지고 귀중한 보물을 차지한 기분인지, 돌아가는 발걸음은 한껏 들떠있었다. 선생님이 우리에게 잡아준 다우리아 사슴벌레도 우리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사슴벌레였는데, 아이는 자연에 다시 돌려보내 주고 싶어 했다. 우리 집이 아니라 사슴벌레 집에 보내주고 싶다고 한다. 선생님과 함께 숲에 들어가 아이의 손가락만큼 자그마한 다우리아 사슴벌레를 나무에 놓아주고 잘 가라고 손 흔들어 주었다. 우리의 욕심으로 곤충이 사라지지 않기를, 자연이 이대로 아름답게 남아서 멋진 생명체들을 계속 품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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